영통하다
-시인 이돈권
이돈권 시인
어버이날 독일에서 공부하는 아이가
영통하고 싶다는 말에 온 가족이 얼굴 보면서
바로 곁에 있는 듯 대화하였다
어제는 아파트 임대 건으로 영통하자고
대학 여자 후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나 나나 세월이 부풀려 놓은 퉁퉁한 얼굴로
지난 반세기를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하는데
느닷없이 우리는 지금이 더 잘 통하네요 한다
의아해하는 나에게
그녀는 대학 시절부터 나랑 통하고 싶었단다
이미 임자 있던 나였기에
대놓고 말할 순 없었지만 늘 마음속으로
통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아뿔싸! 그래서 그렇게 나에게 밝았구나
여리고 착한 후배로만 생각했는데
지 속에 갖고 있던 속마음 한마디 꺼내지도 못하고
그렇게 부러 명랑한 척만 했었구나
그래서 지금도 가끔 통화할 때마다
목소리가 아니라 영혼이 통하는 대화,
꼭 영통을 하고 싶었던게구나
이돈권 시집 『희망을 사다』(천년의 시작. 2019), 『그대 내 마음에 넘쳐날 때』(천년의 시작,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