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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1-02
  • 한형동 칭다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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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도 없고 위대하지도 못한 사람들이 인류의 운명과 정치를 좌우한다.” 부조리 주의의 실존주의 철학자 <카뮈>의 말이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치가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다.” 20세기 최고의 지성 <버나드쇼>의 명언이다. 이 모두가 무지와 착각 속에 국가의 영도자가 되겠다고 나서는 자들에 대한 통절한 비판이다.

한형동 칭다오대 석좌교수

요즈음 우리는 국가의 최고 통치자를 뽑는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여 미증유의 카오스(chaos: 대 혼돈)와 정신적 홍역을 겪고 있다. 아니 요지경 정치판의 진수를 관람하고 있다. 여야 유력 후보라는 사람들은 전과도 많은데다 왜 그리 말을 식은 죽 먹듯 바꾸고, 변명하며, 실언과 망언의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는가? 게다가 그 가족들의 범죄와 위선행위는 비호감 후보라는 명칭에 꽃 장식을 더해주고 있으니, 가히 점입가경이다.

다른 후보들을 보자. 자기가 진보세력과 노동자 천국의 여제(女帝)인양 자부하며 대선 때만 되면, 당선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토론 검객이 있다. 또 한 사람은 대선에 도전한 후 중도 포기와 창당을 취미로 하면서 급기야는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다시 나와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정치와 선거가 무엇인지 개념도 없이 혼자서 “새물결”을 외치는 순진형 후보도 있고, 매사를 거액의 현금으로 해결하겠다며 억지 애교로 정치를 형해화(形骸化)하는 개그맨도 있다. <나폴레옹[Napoléon] 힐>은 “정치란 무지, 무능, 수치, 권모술수 등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영역이다”라고 정의했다. 아마도 오늘의 우리 정치판을 잘 묘사한 듯하다. 아무리 케네디 대통령이 “나에게는 정치가가 가장 편하고 쉬운 직업이었다”라고 했다지만, 과연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것일까? 

현재 각 당의 선거캠페인 행태를 보면 4류정치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우선 제1야당은 후보가 유치원생도 아니 할 실언과 실수를 거듭하고, 특히 당 대표라는 자는 어린애 밥투정하듯 자기 생각과 틀린다고 툭하면 당무를 거부하고, 선대위 대표직을 내던지며 방송에 나가 자기당 후보 비난과 당내 분열만을 촉진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피아도 구분 못하는 희대의 어린이 정치 도박사를 위험스럽게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요지경 아닌가? 여당은 또 어떠한가? 당대표는 후보의 범죄 경력도 정의와 선을 추구하다 빚어진 사건으로 미화하고, 후보는 대장동 사건의 몸통이 자기라는 여론에도 엉뚱한 사람이 몸통이라며 딴전의 목소리를 높인다. 캠프의 나팔수들은 상대 후보가 하지도 않은 욕설을 했다고 네거티브 작태를 보이다가 사실이 아님이 탄로 나자 바로 취소하는 추태를 보였다.

대장동 게이트 특검은 여야 서로가 당장 하자면서도 정작 추진 주체인 국회에서는 딴청을 피면서 협상 개시도 못하고 있다.  이렇게 국민을 조롱하고 무시하는 통탄스런 사태에 대해 현명한 국민들은 어느 당이 당리당략만을 위해 억지를 부리는지 잘 판단하고 있을 터이다.

지금 대선판은 후보 가족들의 과거사를 놓고 네거티브에만 열을 올리니 후보들의 정책과 비전은 가려지고, 국민의 올바른 선택권은 심한 방해를 받고 있다. “네거티브(negative)”란 사람의 특성상 부정적 내용이 긍정적 내용보다 강한 인팩트를 준다는 ‘부정성 효과(negativity effect theory)’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선거전술은 ‘저비용 고효용’ 의 효과로 후보들이 항상 유혹을 느낀다. 미국의<스윈트> 교수는 <네거티브, 그 치명적 유혹>이란 저서에서 “국민들은 네거티브 캠페인을 사랑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네거티브도 금도가 있고 품격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 가족이란 참고인일 뿐이다. 도대체 그들이 대통령의 국가정책 수행에 무슨 역할을 한다고 이런 법석을 떤단 말인가? 동서고금에 통치자의 가족이 선정과 폭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소리는 들어본 바가 없다. 그런데도 우리 언론들은 매일 유력후보들의 사소한 말 실수나 가족의 가십거리만을 꼬투리 잡아 특종인양 보도하는 게 언론의 큰 사명으로 착각하고 있다. 자기들이 후보와 가족을 마녀 사냥하듯 사소한 치부도 확대 보도하여 후보들을 만신창이 만들어 놓고서는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이라 욕하고 있다. 이제 언론들도 이런 저질 보도는 그만하고, 국가정책에 대한 공부 좀 해서 각 후보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비전을 심도 있게 검증하여 국민에게 알리는데 집중해야 한다. 

한편, 각 후보들이 쏟아내는 매니페스토(선거공약: manifesto)는 임기응변식으로 급조된 것이 대부분이어서 그 다지 신뢰가 가지 않는다. 국가발전과 국민의 명운이 달린 매니페스토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최고의 전문가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야 한다. 영국의 노동당은 하나의 정책을 완성하는데 4~5년 걸쳐 만들어 선거공약집을 낸다. 헌데 우리 후보들은 모두가 즉흥적으로 천문학적인 재원을 들여 가난한 자 없는 지상천국을 만들어 주겠다며 포퓰리즘(Populism)에 탐닉하고 있다. 후세가 떠맡아야 할 빚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정권만 잡으면 된다는 심사인 듯하다. 게다가 어느 후보는 이 급조된 정책마저 조변석개로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정치인이란 강(江)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허풍을 치고, 주인이 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하인인척 기만하는 인간이다.” 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는 것이다. 정상배(politico)는 다음 선거만 생각하지만 정치가(statesman)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부디 각 후보들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참신하고 내실있는 참 공약을 수립하여 당당한 심판을 받기 바란다. 각 정당들도 낡은 이념적 굴레를 벗어나 지역 패권주의나 네거티브 캠페인이 아닌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뉴 패러다임으로 혁신의 정치를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사생결단의 극단적 제로섬(zero-sum)경쟁이 아닌 국민통합과 상생을 지향하는 성숙한 민주정치를 배워야 할 것이다. 

논어의 안연(顔淵)편에서 공자는 정치란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대를 충실히 하여 백성들에게 신뢰를 얻는 것이다(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성의 믿음이 없으면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民無信不立)”고 설파했다. 과연 지금 누가 민생을 해결하고, 안보를 튼튼히 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을 후보인지 국민들이 현명하게 판단하여 국가의 위기를 구해야 한다. 국민들은 그리 흡족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정직하고 신뢰성이나 갖춘 후보를 선택할 것으로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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