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고있다.

18일 오전 10시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진행된 제37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3부 요인, 광주시민, 그리고 각 정당 대표와 국회의원, 주요 내빈 등 10,000여명이 참석했으며, 그동안 갈등을 빚었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가운데 엄숙히 진행됐다.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어 5월 18일 꼭 광주에 와 기념식에 참석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 대통령에 당선되어 기념식에 참석한 모든 분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헌화 및 분향을 하고 기념사를 낭독했다.

▲ 정은아 아나운서

정은아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제37주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국민의례, 헌화 및 분향, 5.18 경과 보고, 대통령 기념사, 기념 공연, 끝으로 '임을위한 행진곡' 제창 순으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오늘 5.18 민주화운동 37주년을 맞아 5.18 민주묘역에 서니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문을 연 후, “누군가의 가족이었고, 이웃이었고, 평범한 시민이었고, 학생이었던 그들이 인권과 자유를 억압 받지 않는 일상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광주 영령들 앞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영령들을 추모했다.

아울러 “5월 광주가 남긴 아픔과 상처를 간직한 채 오늘을 살고 계시는 유가족과 부상자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5.18은 불의한 국가 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었다”고 규정하고, “서슬퍼런 독재의 탄압 속에서도 국민들은 광주의 불빛을 따라 한걸음씩 나아갔다”고 치하했다.

또한 “마침내 5월 광주는 지난 겨울 전국을 밝힌 위대한 촛불 혁명으로 부활했다.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분노와 정의가 그곳이 있었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임을 확인하는 함성이 그곳에 있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치열한 열정과 하나되는 마음이 그곳에 있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새롭게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광주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다. 1987년 6월 항쟁과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의 맥을 잇고 있다”고 규정하고, “광주 영령들이 마음 편히 쉬실 수 있도록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워 내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하고 “헬기 사격까지 포함하여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 내고 5.18 관련 자료의 폐기와 역사 왜곡을 막겠으며, 전남 도청 복원은 광주시와 협의하고 협력하겠다”고 약속하고 “5.18 정신을 헌법 정신에 담겠다는 공약도 반드시 지키겠다”며 국회의 협력과 국민들의 동의를 정중히 요청했다.

그토록 광주 시민들이 요청했던 ‘임을 위한 행진곡’제창도 이번 기념식에서 다함께 손을 잡고 제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5월의 치유와 혼이 응축된 상징이다.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 그 자체이다”고 언급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지키고 민주주의의 역사를 기억하겠다는 것이며, 상처 받은 광주 정신을 다시 살리는 일이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힘 내소. 쓰러지지 마시오.’라고 쓴 2년 전 5.18 엄마가 진도 팽목항 4.16 엄마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소개하며, “국민의 생명을 짖밟은 국가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국가를 통렬히 꾸짖는 외침이었다”며 “다시는 그런 원통함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 국민의 생명과 사람의 존엄함을 하늘처럼 존중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1982년 광주 교도소에서 광주 진상규명을 위해 40일간의 단식으로 옥사한 29살 전남대생 박관현, 1987년 광주 책임자 처벌을 외치며 분신 사망한 25살 노동자 표정두, 1988년 광주 학살 진상규명을 외치며 명동성당 교육관 4층에서 투신 사망한 24살 서울대생 조성만, 1988년 광주는 살아있다고 외치며 숭실대 학생회관 옥상에서 분신 사망한 25살 숭실대생 박래전" 등의 숭고한 죽음을 일일이 소개하고, "수 많은 젊은이들이 5월 영령의 넋을 위로하며 자신을 던졌다”고 회상하며 “진실을 밝히려던 많은 언론인과 지식인들도 강제 해직되고 투옥당했다”며 암울했던 1980년대를 지적하면서, “5월의 영령들과 함께 이들의 희생과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고 더 이상 죽음과 고난이 없는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자”고 역설했다.

또한 “광주 정신으로 희생하며 평생을 살아 온 전국의 5.18 들을 함께 기억해 달라”며 광주시민들에게 정중히 요청하고 “이제 차별과 배제, 총칼의 상흔이 남긴 아픔을 딛고 광주가 먼저 정의로운 국민통합에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끝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부가 될 것임을 광주 영령들 앞에서 천명한다”고 다짐하고, “상식과 정의 앞에 손을 내미는 사람들이 많아 질수록 숭고한 5.18 정신은 현실 속에서 살아 숨 쉬는 가치로 완성될 것이다”며 5.18 정신을 치하했다.

1980년 5월 18일 태어난 김소형씨가 계엄군에 의해 목숨을 잃은 아버지께 보낸 편지를 낭독하는 순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손수건으로 눈시울을 훔친 문재인 대통령께서 편지를 읽고 나온 김소형씨를 안아주며 위로하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심금을 울려 주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묘역을 둘러 보며 기념식을 마쳤다.

▲ 아버지께 보낸 편지를 낭독한 김소형씨를 문 대통령께서 위로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