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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5-03
  • 한형동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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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G2 부상 후에 최근의 특징적 국제정세는 ‘지정학의 귀환’으로 불리는 강대국 정치의 부활이다. 이런 추세 하에 새로 출범한 미국 바이든 정부는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Rules-Based International Order)와 가치동맹을 기치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쿼드(Quad)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러시아, 북한 등 자기우방들과 연대하여 미국에 강력히 대응할 것을 선언했다. 미중 갈등이 양국의 단순한 통상무역 분쟁을 넘어 이념전쟁과 블럭화 현상으로 확대되어 신냉전의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형동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중국은 이미 세기를 압축하는 경제적 급성장을 바탕으로 패권국인 미국에 도전하는 세력전이(Power transition)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 시진핑은 “중국몽”을 외치면서 2049년까지 ‘두 개의 백년’을 완성해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하겠다는 야심을 천명했다. 중국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을 실현한다는 국가목표 하에 ‘분발유위(奮發有爲)’의 적극외교 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한국전을 통해 대미 적대의식이 강한데다 아직도 공산혁명을 공고히 하려면 적이 필요하다는 논리에서 미국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치적, 이념적 관념차이가 미중간 필연적인 적대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기조는 민주국가들과의 가치동맹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압박 정책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의 팽창적 부국강병정책과 이념적 대미 적대의식은 미국이 추진하는 민주주의 가치 및 국제규범 존중의 대외정책노선과 충돌이 불가피하다. 그러니 양국은 어느 일방이 양보하지 않으면, 큰 충돌로 공망한다는 숙명적인 “치킨게임(Chicken Game)”을 벌이게 될 지도 모른다. 

미-중 분쟁은 당초 무역불균형이 도화선이 되었으나, 이제는 안보 군사적 패권 쟁탈전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면이다.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 필리핀에 대해서는 바나나 수입을 금지하고, 센카쿠열도 영유권 분쟁을 놓고는 일본에 대해 희토류의 수출 금지조치를 취한바 있다. 이에 미국은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행사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실로 강대국들 간 일촉즉발의 총성이 언제 들릴지 모르는 불안감이 작금의 동북아정세를 감싸고 도는 형국이다.

미중갈등의 심화는 우리에게 외교안보 및 경제적 차원에서 심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당장 미국이 대중국 견제의 핵심 기제(mechanism)인 쿼드 체제에 우리의 가담을 정식 요청한다면, 우리는 최고의 안보 동맹국과 최대 교역국 중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전략적 딜레마에 빠지게 될 것이다. 사드문제는 아직도 한미동맹의 안타까운 파열음을 가슴에 묻은 채, 우리에게 아슬 아슬한 미중 간 곡예를 예고하고 있다.

오늘날 미중 양국의 패권경쟁은 글로벌 리더십의 약화를 초래하는 한편, 주변국들에게 생존을 위한 선택과 각자도생의 길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미·중 경쟁시대를 맞아 우리는 국가안보와 경제적 이익확보를 위한 스마트 외교전략을 조속히 수립하여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가야한다. 이에 몇 가지 대안을 고려해 보자.

첫째, 미중 경쟁구도 하에서 우리는 한미동맹을 기본 외교노선으로 하고, 상황에 따라 미중 균형외교를 선택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단순한 양자택일 논리보다는 사안별 선택과 외교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때로는 양측의 요구를 함께 들어주는 이중편승 전략도 필요하다. 

둘째, 우리도 이제 쿼드체제 참여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중 양국 사이에 전략적 모호성 유지나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인 정책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우리의 쿼드체제 가입은 한미동맹 강화의 가시적인 조치로서 대(對)중국 레버리지(leverage)를 획득하는 전략적인 효과가 크다. 단지 중국의 반발이 염려되나, 안보라는 더 큰 핵심적 이익추구를 위해서는 중국의 위협 정도는 당당히 극복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쿼드에 가입하지 않으면, 한미 동맹 균열은 물론, 쿼드 제국들로부터 글로벌 공급망 제외나 경협 비협조 등의 상황에 직면하여 국익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셋째, 중국과 건전한 대등외교를 추구하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그간 우리는 중국과의 무역 의존도를 고려하여 중국에 저자세 외교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중국은 우리의 군사주권에 관한 국가안보 정책에까지 간섭과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뿐인가? 중국의 대(對)아국 경시풍조는 인내의 한계점에 와있다. 중국 고위층의 외교적 무례는 다반사이고, 일개 외교부 부국장이 방한하여 우리 기업인들에게 “소국이 대국에게 대항하면 되는가”라는 망언을 할 정도다. 가히 조선과 명나라간의 조공시대나 있음직한 일이 오늘날 벌어지고 있다. 한-중 간 대등외교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중국과의 고위급 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이 선행되어야 한다. 허나 이러한 외교적 노력도 효과가 없다면, 한 번쯤은 사즉생(死即生)의 굳은 각오로 중국에 대해 단호한 선언이나 조치를 보여줌으로써 중국의 부당한 간섭과 오만한 태도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중국 외교는 전통적으로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양태를 보여 왔다. 중국이 강한 대(對)중국 태도를 견지하는 베트남에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넷째, 북한의 핵문제 해법을 현실적인 토대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즉 미 CIA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의 전문가들 모두가 “북한은 절대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이의가 없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한다”거나, 시기상조인 종전이나 평화선언 등의 주장은 비현실적 망상에 다름 아니다. 우리 위정자들이 이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면 무능한 것이고, 북한의 핵보유 의지를 알면서도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대국민 기만이다. 북한의 비핵화 해법은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전제로 한국에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를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만약 미국의 불허로 이 방안 실현이 불가하다면, 우리는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의 핵전략에 의거, 독자적인 핵개발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핵을 국내에 보유하면, 대북 핵 억지 작용은 물론, 대북 협상력을 제고하는 효과도 높아진다.

춘추시대 등(滕)나라 문공이 맹자에게 물었다. “작은 등나라가 강국인 제나라와 초나라 사이에 끼어 있으니 어느 나라를 섬겨야 합니까(小國也 間於齊楚, 事齊乎 事楚乎)”. 이는 현재 미-중 갈등 사이에 낀 한국의 입장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일찍이 2차대전의 영웅 몽고메리 원수는 “힘 있는 국가만이 평화라는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우리도 하루 바삐 국력을 배양하여 미-중 어느 나라에도 당당하게 대하며 주권국으로서 평화와 국위를 수호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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