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시간
글 이은희
내가 너를 사랑했을 때
네가 나를 사랑했을 때
바람이 나를 향해 불어 올 때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쳐 갈 때
재연할 수 없는 어떤 상황
이미 나를 떠난 돌아갈 수 없는 순간들
내가 지금보다 젊었음에도 늦었다고 생각하고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던 때
아니 결정적으로 그 때 할 수 있었던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지극히 주관적으로 판단했을 때
뒤늦게 그것의 오류를 깨닫던 순간
광활한 지구에서 다만 혼자라고 느낄 때
다만 침묵하고 싶어질 때
외면할 수 없는 누군가의 시행착오를 직면했을 때
그를 비난할 때
그 비난의 화살이 부메랑처럼 나에게 쏟아짐을 감지할 때
가슴은 그저 답답하다
내 모든 사랑을 아낌없이 다 주고 싶은데
하나도 주지 못하면서 투덜투덜 불만할 때
스스로에게 짜증내고 있는 나를 느낀다
나의 이중성을 다시 고백하며
끊임없이 자각해야 하는 인생을 느낀다
단순하게 살자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리고도
내 머리와 가슴에는 버리지 못하는
버려서는 안 되는
내 삶의 이유인 사랑이 존재함을 느낀다
일년 삼백 육십 오일
월화수목금토일
무수한 반복에도
항상 똑같지 않은 삶의 순간들
그 때 그 순간
어느 순간에도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음을 안다
그러함에도 우리는
늘 함께 존재하지만
홀로 결정해야 한다
나에게 주어지는 상황들의 향방에 대해
그것이 기쁨과 즐거움이 되어
가슴 뿌듯한 일이 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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