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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7-10
  • 이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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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하늘에는 파랑이 없다

하늘에는 하양도 없다 

삶을 거부한 그도 없다

회색의 하늘은 낮은 지붕처럼 내려앉아

마치 침울한 날의 침묵처럼

조용히 버티다가

종일 눈물을 쏟을 모양으로

촘촘히 눈물같은 비로

지붕을 적시고

거리를 적신다


살다보면 나조차도 나를 모르고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될 때가 있다.

사람도 기계와 같아 가끔은 오작동 신호 앞에서

움찔 놀라기도 한다.

그러면 비난받고 죽어야만 하는 건가

당신의 외로움에 당신의 실수에 

연민도 희생도 없는 

고발과 배척만 가득한 세상


인생은 매일 똑같은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똑같을 수 없는 

하루하루를 감지하게 된다.

지루하고 갑갑했던 나날들이

오히려 그리워지는 때가 있다.

몸이 쇠퇴해지는 것보다 

더 서글퍼지는 건

마음마저 기운을 잃었을 때다


낮의 어둠은 물기를 가득 싣고

무겁게 흘러가는 검은 구름

주검으로 돌아 온 그의 실종

아직 불이 켜지지 않고

창이 열리지 않은 시간

홀로 바라보는 

비 오는 날의 풍경


이상한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선

어느 공직자의 쓸쓸한 죽음

그가 만일 죽음을 선택하지 않고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잘못을 선언하고

용서를 구하고자 했다면

한국의 언론과 네티즌은 곳곳에서 봇물처럼

또는 윙윙거리는 벌떼처럼 일어나서

처리 못한 쓰레기보다 더 넘쳐나는 비난으로

그를 고통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을 거다.

그의 집 앞에는 수많은 유투버들이 몰려와

더 자극적으로 더 강도 높은 수준의 구미를 당기는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익명이라고

함부로 남의 아픔을 즐기고 비방을

일삼는 시대

한 때의 잘못으로 평생 이룬 모든 걸

무너뜨린 사람의 좌절 그리고 죽음은

그의 본성과 업적마저 의심받고

떠난 그를 슬퍼하거나 아쉬워하는 사람들마저

비난의 홍수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화해와 용서가 없는

무조건 까발리고 고발하고 매장시키고 

비난하는 이 세상은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다고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일까

측은함과 연민

너그러움과 용서

화해와 이해

남은 자들에 대한 배려는 없다.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진단 말인가

사람이 사람에게 돌을 던져도 된단 말인가


그는 아마도 구차한 변명같은 걸 

늘어놓고 싶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공소권 없음

그의 이야기는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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