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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3-14
  • 한형동 칭다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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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형동 칭다오대 석좌교수


“삶은 참 좋지만 나는 갑니다. 나는 다시는 가족의 얼굴을 쓰다듬을 수도 없고, 엄마 배속에 있는 아기를 볼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누가 나를 위해 〈그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위하여 말을 했다(他爲蒼生說過話)〉라고 새긴 비석 하나 세워 주세요! “ 이는 최초로 우한폐렴을 세상에 알리고, 자신도 그 폐렴으로 요절한 중국 “리원량(李文亮)의 유언”으로 전해진다. 애절함이 흉금을 울린다.


그에 의해 알려진 우한폐렴은 이제 팬데믹(pandemic)상황이 되어,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헌데 이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한중 양국에서는 웃지 못할 희극이 벌어지고 있어 화제다. 중국 공안기관은 최초로 우한폐렴을 발견하고, 공개한 리원량(李文亮)을 유언비어 유포죄로 체포, 조사했다. 나중에 그의 말이 사실로 드러나자 중국의 고관들은 그를 제갈량이라고 뒤늦게 칭송했다. 기막힌 코미디가 아닌가! 중국의 선전당국은 전문가와 네티즌을 조종하여 “우한폐렴의 발상지가 중국이 아니고, 미국이나 한국일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파렴치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더 가관인 것은 최근 환자수가 감소하자, 관영매체들은 “시진핑의 현명한 대처가 중국과 세계를 구했다”고 우상숭배의 요설을 늘어 놓았다. 지구촌을 마비시킨 원흉이 사과는 커녕, 세계를 구했다니, 이 무슨 해괴한 궤변인가? 물론, 이런 작태들의 근저에는 지적 수준이 낮은 대중을 선동하고, 통제하는 공산당의 게릴라식 통치수법이 깔려 있음을 안다.


다음은 우리의 대응태도를 점검해 보자. 정책학에서는 위기관리 정책 중 감염병 대책은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조치가 핵심임을 강조한다. 이런 측면에서, 전면적 중국인 입국차단 실패, 마스크 대란, 중증환자의 자가 대기 중 사망은 가히 인재(人災)라 할 만하다. 감염병 대책은 분석적 결정과 예측이 어려울 때 적용하는 “카오스(chaos)이론”도 필요 없고, 상황을 잘 인식하고 예측만 정확히 하면 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코로나19 사태발생 직후 바로 정부에 “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를 건의했다. 그러나 정부당국은 세계 100여개국이 중국인 입국을 차단하고 있는 데도, 아직 중국 문을 열고 있다. “감염원 차단”은 전염병 확산방지의 기본이다. 방역대책 결정에 정치적 요인이 개입할 때는 방역확률과 비용, 수혜자 등의 함수관계에 효율적으로 투사되어야 한다. 외국원수 초청문제 등 엉뚱한 정치적 요인을 고려하여 감염원 입국차단을 주저한다면 큰 패착이다. 대만은 코로나 발생 초동단계부터 중국인 전면 입국금지와 마스크수출 금지조치를 단행해서, 환자가 현재 47명에 불과하다.


방역대책의 실무부서 동향을 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의 코로나19 창궐이 중국인 때문이 아니라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 때문”이라고 언급했다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최초 확진자는 우한에서 온 중국 여성이었다. 또 복지부 차관은 문제의 대구 신천지 집회 4일전에 공개적으로 “집단행사를 평소처럼 진행하라”고 권했다. 그 후과는 전 국민이 다 알터이다.


다음은 마스크 대란의 코미디 장터를 노크해 보자. 신천지 사태로 마스크 부족현상이 예견된 상황에서, 대통령과 경제부총리는 “마스크는 충분이 공급될 것이다”라고 호언했다. 하지만 수백미터 줄을 서도 구매를 못하는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자 급기야 대통령이 사과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정부가 마스크의 생산능력과 수요를 정확히 파악 못한 데다, 두 달간 마스크 수 억장을 중국에 수출한 결과다. 지금 우리는 마스크로 인해 “어떤 분” 말씀대로 “지금껏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공산주의 계획경제의 상징인 “정부 배급제”와 유사한 상황을 맛보고 있다. 이 대목은 “아이고! 마스크 관리 하나 제대로 못하는 자들이 국가를 다스리겠다고? “라는 환경미화원의 한숨어린 절규로 마감하자.


또 신천지라는 집단은 무엇인가? 이 교회 교주라는 자는 “신천지에 코로나가 발생한 것은 마귀의 침노 때문”이라며, 석기시대 고인돌 앞에서나 어울릴 잠꼬대 같은 주술만 뇌까리고 있다. 이 집단은 신도와 코로나 유증상자의 숫자도 당국에 정확히 제공하지 않아, 역학조사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서 새로운 장르의 정치개그를 감상해 보자. 모 작가는 “대구시장은 총선을 의식해서 코로나를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고 했고, 또 다른 작가는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수가 많은 것은 지역 주민들이 시장을 야당인사로 뽑은 탓 인양 “투표 잘 합시다”라고 비아냥 댔다. 사투를 벌리고 있는 긴박한 방역 전선에 정파적 손익 계산서가 어찌 튀어나올 수 있는가? 러시아 문호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은 “모든 정권은 위대한 작가를 사랑하지 않고, 오직 삼류작가만 편애했다”고 사이비 작가를 경멸했다. 이 작가들은 더 이상 진실을 왜곡하면서, 어불성설의 정치적 개그로 언론시장 질서를 교란하지 말기 바란다.


또 이상한 풍경을 보자. 정부 당국자들은 이 위중한 상황하에 “우리의 코로나 대응이 세계적인 표준이 되고, 방역의 모범사례로 평가될 것”이라고 자랑한다. 도대체 근 1만여 명의 환자와 70여 명의 사망자를 낸 국가를 세계의 그 누가 “상황에 잘 대처한 모범국가”로 평가해 준단 말인가? 지금 126개국에서 한국을 “대량 환자가 발생한 기피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한국민을 입국금지하거나 심사강화 조치를 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 보라. 자화자찬은 자기 덕행의 가치를 추락시키고, 자신을 비웃는 자를 부르는 법이다. 한 국가의 위정자들이라면, 보다 의연하고, 한발 더 내다보는 사려깊은 언행을 하기 바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낸시 메소니어 (Dr. Nancy Messonnier)국장은 초기에 미국의 “코로나 지역확산”을 경고했다. 트럼프는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미국은 41개주에서 1천3백여 명의 감염자가 속출하고 있다. 대만의 위생복지부장 천스중(陳時中)은 최초로 코로나 사망자가 발생하자, 바로 국민에게 고개숙여 눈물로 사죄했다. 우리 국민들은 이렇게 예리하게 예측하고, 겸허하게 사과하는 관료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


애초부터 신천지 교회와 구로동 콜센터는 집단감염의 고위험 대상으로 예측 가능했다. 그럼에도 선제적 대처를 못한 것이다. 유관 당국자들은 지금부터라도 40만 명의 불법체류자, 7만여 명의 중국 유학생, 신천지와 유사한 여타 종교단체 등, 감염 고위험군에 속하는 인자들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일찍이 공자는 “사람이 멀리 내다보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데서 근심거리가 생긴다(人無遠慮 必有近憂)”고 했다. 안중근 의사가 좌우명으로 삼은 논어의 위령공(衛靈公)편에 나오는 명구다. 이제 우리 5천만 국민은 일치단결하여, 사즉생(死即生)의 정신으로 이 난국을 극복하고, 향후에 이런 대란을 사전에 철저히 예방하고, 대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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