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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1-17
  • 한형동 칭다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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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이 돈을 좋아하지 않고, 무신이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 천하는 태평해진다.(文臣不愛錢,武臣不惜死,天下太平矣)”중국인들이“중화민족의 영웅”으로 추앙하는 남송의 악비 장군이 남긴 글이다.

▲ 한형동 칭다오대 석좌교수

요즈음 우리는 악비장군의 이 말처럼 청렴한 관리와 용감한 충렬지사가 있어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는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현 시국은 경제, 외교, 안보면 등에서 총체적인 난국에 처해있다는 지적이다. 그 어느 때 보다도 위정자들의 현명한 치국능력과 국민들의 지혜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국가 지도자는 국가보위와 영토보전이라는 신성한 의무 속에 국민들의 자유, 평등, 정의, 공정, 행복추구 등 최상의 공적 가치를 적극 구현해야한다. 국가의 리더는 권한으로 국민을 이끄는 것을 넘어 국민들이 원하는 꿈과 목표가 달성되도록 신명을 바쳐야 한다. 나와 이견을 가진 집단과 국민들도 포용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러한 포용적 정치행태는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적 난제에 대한 책임을 분담하게 하고, 건전한 비판적 환경을 만들어 국가정책의 오류를 예방한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리더십의 작용은 반드시 국가적 불행을 초래한다. 순자는“군주는 배이고,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전복시키기도 한다.(君子舟也 庶人子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 대통령과 집권세력들은 국리민복 구현의 막중한 소임이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지순한 진공상태에서 통절한 성찰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관료는 전문성과 식견을 갖춤은 물론, 공평무사하고 청렴하며, 투철한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 “관리가 공정하면 올바른 정책적 판단이 서고, 청렴하면 백성에 대해 위엄이 생긴다”이는 채근담에 나오는 치국의 경귀다. 공무원은 국가 행정과 법치 수행 상 부여받은 권한을 국민위에 군림하는 권력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관리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요 하인일 지언정 결코 주인이 아니다. 지금 각 분야에서 터져 나오는 민생의 절규와 실정비판에 직면한 관료들은 내가 과연 국민의 충복으로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한다. 최근에는 이 정권의 한 실세라는 자가 “정의와 불의의 상식적 가치마져 전도시키는 위선과 파렴치(impdence)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그는 천인공노를 불러오며, 국격을 실추시켰다. 이런 파렴치를 두고 “대담과 야비 사이에 태어난 반인륜적 사생아”라고 일컫는다.

우리 공무원들은 지금이 명철보신(明哲保身)의 처신으로 복지부동하거나 권력에 아부나 하며, 국가안위와 민생을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심심한 자성이 필요한 시기다.

요즈음 우리 정가에는 국익을 우선하는 정치가(statesman)보다는 사익과 정파를 우선하는 정상배(politico)가 더 주류를 이루는 것 같다. 프랑스의 드골은 “정치는 너무나 중차대한 것이기에 정치인에게 맡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구 소련의 흐루시쵸프는 “정치인은 강도 없는 곳에 다리를 놔주겠다는 사람들”이라고 혹평했다. 가당치도 않게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정치인들의 포퓰리즘적 공약을 두고 이른 말이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가증스럽고 교활한 작태가 오늘도 지구촌 도처에서 횡행하고 있다. 그러기에 미국의 문필가 〈엠브로스 비어스〉는 “정치는 정책논쟁의 가면을 쓴 이권 다툼이며, 사익을 위한 공무행위다”라고 촌철살인의 리파티를 날렸다. 우리의 정치집단 구성원들은 이 말들이 자신들의 자화상을 그대로 묘사한 것은 아닌지 여야를 막론하고 진솔한 자문을 해봐야 할 것이다.

최근에 하버드대 정치학교수 스티븐 레비츠키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 )〉 라는 저서에서 “적대하는 정당, 양극의 정치, 무너지는 규범”을 지적하며, 민주주의의 위기신호를 발신했다. 이는 민주주의의 표상이라는 미국으로부터 들려온 “병든 민주주의의 신음”이기에 충격파가 크다. 우리의 정치현실과는 무관한 스토리인지 정치인들이 진중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한편, 우리 군인들은 국가 안보를 위해 얼마나 진충보국의 군인정신을 함양하고 있는가? “군인은 죽을 뿐이지 항복하지 않는다”는 프랑스 캉브론 장군의 비장한 충성심을 귀감삼고 있는가? 특히 우리 군 지휘관들은 “조국에 봉사하기 위해 단 한번만 죽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라는 J.애디슨의 명귀를 가슴에 새기고 있는가? 최근 군 수뇌부들은 국회에서 소신없는 답변을 하거나 말을 뒤집기도 해 질타를 받았다. 병사들의 각종 기강해이와 보안사건은 속출하고 있다. 과연 우리 군대가 엄정한 군기 속에 충성심 불타는 애국 집단인지 자못 궁금하다. 군부는 스스로 각성해 보기 바란다.

그 다음 우리 국민들의 시민의식과 행동양태는 어떠한가 해부해 보자. 국민은 국가의 주권자로서 권리를 누리되, 법규를 준수하고 국가에 의무를 다하는 민주시민의 인격체가 되어야 한다. 헌데, 요즈음 우리 국민들 중에는 어른 공경도 모르는 부도덕은 물론, 나만 잘 살겠다는 개인이나 집단이익만을 추구하는 자들이 많다. 심지어 어떤 단체는 집단이익을 위해서는 공권력도 무시하는 불법을 자행하기도 한다. 또 어떤 단체는 민주와 공익이라는 허울을 쓰고, 정부기관의 권한을 대행하려 하거나, 국민 여론을 호도하기도 하고, 유관기관이나 기업에 부당한 요구를 밥 먹듯이 한다. 이들은 자기단체의 강령과는 아무 상관없이 세상 것 다 간섭하고, 재단하고, 정의하려 한다. 자기들이 무슨 초법적 권한을 가진 중세의 절대 교황이라도 된다는 말인가? 이들은 자유와 방종을 구분 못하고, 민주와 전제를 혼동한다. 이런 현상을 학자들은 “민주주의의 과잉과 곡해에서 온 암적 그늘”이라고 평한다. 이들에게는 잘난척 혹세무민 하지 말고, 자기의 분수를 알고 만족할 줄 알라는“안분지족(安分知足)”의 철학을 터득할 것을 권유하고 싶다.

“집이 가난하면 현명한 아내를 생각하고, 나라가 어지러우면 훌륭한 재상(宰相)을 그린다(家貧思賢妻國難思良相)”라는 사마천의 글귀가 새삼 가슴을 울린다.

충성스런 문관은 충언하다 죽고, 용맹한 장수는 싸움하다 죽는 법이다. 일찍이 증자는 “새는 죽을 때 그 울음소리가 슬프고, 사람은 죽기 전에 하는 말이 선하다”며, 노나라 재상 맹경자에게 목숨을 건 충언을 했다. 우리 관료들 중에도 대통령에게 직위와 목숨을 걸고 충언을 하는 고매한 열사가 나오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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