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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7-12
  • 한형동 칭다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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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형동 칭다오대 석좌교수 칼럼


▲ 한형동 칭다오대 석좌교수



“오 하나님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을 저질렀나이까?”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탄을 투하한 미국의 B-29기 부 조종사가 자기도 모르게 외친 자탄이다. 원자탄 1개가 오렌지 빛 섬광과 죽음의 버섯구름으로 하늘을 뒤덮으며, 인구 30만 도시를 초토화한 상황에 스스로 놀란 것이다.

우리는 과연 저 끔찍한 죽음의 버섯구름 공포에서 벗어나, 불가능해 보이던 남북화해와 평화통일의 국면을 창출할 수 있을까? 최근 이미 핵보유국이 된 북한의 비핵화 이슈가 새롭게 도박의 게임으로 전화되어, 지구촌의 정치외교 무대를 초대형 태풍으로 강타하고 있다.

며칠 전 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 북한과 비핵화 후속 회담을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폼페이오가 성과없이 돌아왔다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볼륨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 연구소(CSIS) 한국 석좌 빅터차는 “폼페이오가 금번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다고 했으나, 이는 돼지에게 립스틱을 칠하려는 것이다”라고 일격을 가했다. 북미회담의 전도가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현상이어서 우려스럽다.

"핵과 미사일을 지속 발전시키고 보유하라“는 김정일의 유지를 받들고, 한ㆍ 미 양국과 일전을 겨룬 후 양국정상으로부터 벅찬 신뢰와 찬사를 받은 군주적 전략가 김정은. 오로지 국익 지상주의를 신앙처럼 신봉하며, 외교도 국제질서도 모두 경제적 제물로 삼는 안정감 결핍의 거래협상꾼 트럼프. 차마고도의 험한 주행 길 운전자를 자임하며, 부처와 같은 자비로 북한을 신뢰하고 달래는 영원한 평화의 구도자 문재인. 이름하여 지금 세기의 핵 지각판을 달구는 노벨평화상 후보군 들이다.

이들의 핵 치킨게임(chicken game:비겁자 게임) 전략은 진정 무엇일까? 이 현상을 논하는데, 세력균형론(balance of power theory)등 거창한 국제정치체제 이론보다는 중국 병법으로 풀이해 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 같다. 현재까지 북핵문제 상황은 이렇게 전개되었다. 북한은 ”진(秦)나라가 연횡책(連橫策)으로 6국을 격파하고 중국을 통일한 것”과 같이, 한,미,중,일,러 등 5개국을 농락하며 핵개발에 성공했다. 북한은 “전장에서는 속임수도 꺼리지 말라(戰陣之間 不厭詐僞)”는 한비자(韓非子)의 전법을 활용하여 핵을 완성 후 이제는 조호이산(調虎離山:호랑이를 움직여 산을 떠나도록 함) 전법으로 미군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북한은 그동안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로 재미를 보았다.

미국은 1993년부터 최초로 북한핵 문제를 제기한 후, 이를 저지키 위해 관문착적(關門捉賊:문을 잠그고 도둑을 잡다) 전략으로 대북 압박과 협상을 추진했으나, 종이호랑이의 엄포로 만족해야만 했다. 한국은 당초부터 전략도 소신도 실종된 채 북한 눈치 보면서 미ㆍ중 양국에 구걸이나 한 꼴이었으니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어 살인을 하다)의 삼십육계를 흉내만 내는 격이었다. 중국은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입술이 망하면 이가 차갑다)의 안보관으로 처음부터 북한의 입장을 최대한 옹호하면서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을 주도했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한미 양국에 견제구를 던지며, 당사국 모두 자중하라는 시그널만 허공에 외쳐 댔을 뿐, 소득은 북한에 기만당한 참담한 결과에 일조했을 뿐이다. 결국 한,미,중 3국은 “계략을 세울 때는 주도 면밀 해야 한다(凡謀之道,周密爲寶)”는 태공병법(太公兵法)을 간과하여 북한의 기만전략을 간파하지 못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만들고 말았다. 콜린 파월 전 미국무장관이 ”북한은 시스템은 미쳤으나, 협상가들은 가장 뛰어나고 집요한 사람들이다”라며 북한의 가치부전(徦痴不癲:어리석은 척하되 미치지는 않음) 전략을 평가한 사실이 명언으로 남게 되었다.

이제 각 당사국들은 무슨 전략으로 희대의 북한핵 이슈를 해결해 나갈지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원래 핵 억지 전략으로는 대량보복 전략, 일방확증파괴(unilaterally assured distruction)전략, 상호확증파괴(mutully assured distruction) 전략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핵전략의 기초가 되는 확증파괴 전략도 무색케 하는 미국의 국가 미사일방어체계(national missile defence system)가 새로운 핵전략으로 부상했다. 본래 북한이 노리는 것은 상호 확증파괴는 못 하드라도 상대국에 어느 정도 핵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일방확증파괴 전략으로 한ㆍ미 양국에 겁을 주며 핵 보유와 경제적 실익을 취하려는 것이었다.

향후 북한은 소리장도(笑裏藏刀:웃음 속에 칼을 숨김)의 전법으로 한ㆍ미 양국에 평화의 미소를 보내 놓고, 북미회담을 질질 끌며, 미국측에 경제제재 해제, 체제보장 및 보상을 집요하게 요구할 것이다. 물론 살라미 작전으로 비핵화 단계를 세분화 하여 단계별 반대급부는 챙길 것이나, 관건적 관심사인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해도 하는 척 포퍼먼스로 끝날 공산이 크다. 북한은 이미 2012.4.13 헌법 서문 개정을 통해 "핵보유국"임을 명시한 바 있다. 미국 트럼프는 오는 11월 선거와 2020년 대선을 염두에 두고,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포전인옥(抛磚引玉:벽돌을 던져 옥을 얻다)이라는 미끼작전으로 북한에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을 약속하면서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할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성과부진으로 미국 여론이 고도로 악화될 경우, 즉흥적 심리적 열핵반응을 보이며, 돌연 북핵회담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트럼프가 북한의 전략에 말려, 북한의 비핵화 약속만 철석같이 믿고, 확실한 검증이 불가한 상태로 미사일 개발중지 정도로만 북핵문제를 마무리 한다면 한국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이대도강(李代桃僵:오얏 나무가 복숭아 나무를 대신하여 쓰러짐)의 성심으로 미국측에 북한을 대신해 북의 비핵화 의지를 믿도록 촉구하면서, 북한측에도 신뢰현시의 행보를 권유할 것이다. 하나 한국은 안타깝게도 미ㆍ북회담의 성공만을 신께 기도하는 수단과 미국 눈총속에 “대북교류협력 속도전” 밖에는 가진 역량과 전략적 카드가 없다. 중국은 당연히 혈맹이자 지정학적 전략자산인 북한을 옹호하며, 막후에서 이 게임의 주요 행위자(key player)가 되려고 적극 개입할 것이다. 그들은 전면에는 손자병법의 전투 없이 승리하는 법(不戰而屈人之兵)을 내세워, 당사국간 긴장완화와 평화협상을 주문하면서 내심 주한미군 철수, 사드배치 철회, 한미동맹 약화의 전략적 계산도 할 것이다.

1.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은“핵폭탄은 평화를 가져 왔지만, 사람만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며, 통치행위자들의 평화지향적 이성을 호소했다. 이는 “이성은 전쟁위에 군림하지만, 격정과 우연은 이성을 지배하려고 위협한다”는 전쟁사적 금언을 상기한 말이다.

야망이 끝나는 바로 그 곳에서 평화는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 북한은 하루속히 위험한 핵게임 승리의 야망을 접고, 진정한 평화와 인류 공동번영의 광장으로 나오기 바란다. 미국 또한 얄팍한 선거전략이나 경제적 실리에 국제안보를 훼손하는 저급한 책략은 포기하고, 가치동맹과 지역안보의 중요성을 새삼 인식,국제질서와 평화의 수호자로서 북핵 문제를 확실히 매듭 지어 주기 바란다.
특히 한국 정부는” 전략의 본질은 상호의존적”이라는 점에 유념, 상대방 전략에 대한 역방향 추론 등의 과학적 전략이론을 적용하여, 북한 비핵화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즉 굳건한 한미공조를 통해 북한이 핵포기 의지를 반드시 실천하도록 잘 유도하되, 그들의 기만(deception)과 거부(denial)전술에도 대비, 북한의 핵보유도 상정한 실효적인 국방정책을 강화해 나가기 바란다. 우리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은 “평화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힘이고, 전쟁에 대비하는 자만이 평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동서 전략가들의 금과옥조를 가슴에 새기며,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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