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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07-01
  • 천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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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형동 중국 칭다오대 석좌교수




능숙한 유머는 사교모임에서 입을 수 있는 가장 멋진 의상의 하나이다. 또한 유머는 인간들의 사상, 지혜, 영감의 결정체로서 우리에게 단지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인 안락과 쾌감도 주며, 자기만족과 해탈도 느끼게 한다. 아울러 타인에 대한 양해와 용서, 상호 화해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보통 유머라 하면 서양 유명 인사들의 재치 있고 품위 있는 소화(笑話)나 코미디언들의 익살을 연상케 된다. 하지만 근엄하여 유머감각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중국인들도 함축적이고 온화하되 때로는 날카로운 풍자적 유머를 즐기는 민족이다. 시경(時經), 초사(楚辭), 제자(諸子)에서부터 당시(唐詩)에 이르기까지, 중국고전에는 풍성한 풍자와 해학이 출렁거린다. 백거이(白居易)의 풍유시는 오늘날 위트 넘치는 평론이고, 특히 재치 있는 비유의 대가 장자(莊子)는 가히 유머의 지존이라 할 만 하다.

하루는 고대 송나라의 조상(曹商)이 진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수레 백 대를 선물로 받아 와서 장자(莊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당신처럼 가난 속에 짚신이나 삼는 재주는 없지만 군주를 한 번 깨우쳐주고 백 대의 수레를 받아오는 장기가 있답니다." 그러자 장자는 "진나라 왕은 자기의 종기를 짜 주면 수레 한 대를 주고, 치질을 핥아 주면 수레 다섯 대를 준다 던데, 자네는 이렇게 많은 수레를 얻었으니 진왕의 치질을 얼마나 핥아 준 건가?"라고 되받았다. 조상의 유치한 자랑에 대해 과연 장자다운 통렬한 반격이 웃음 속에 비수를 느끼게 한다.

제나라 재상 안자(晏子)는 기지와 유머 넘치는 재치로 능란한 외교술을 자랑했다. 어느 날 안자가 초나라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안자가 초나라 궁궐 대문에 이르자 궁지기는 안자를 궁궐의 좁은 쪽문으로 안내했다. 이에 안자는 "개 나라의 사신으로 가는 자는 개구멍으로 들어간다. 지금 나는 초나라의 사신으로 왔으니 이런 문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고 소리쳤다. 이에 초나라 대신들은 그를 대문으로 안내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초나라 왕이 "제나라는 인재가 얼마나 없기에 당신 같은 자를 사신으로 보낸 것이요? 라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안자는 "우리 제나라는 사신을 보낼 때 상대국 군왕의 수준에 따라 선발하는 데 본인이 가장 불초한 사람이라서 초나라 사신의 적임자로 임명된 것입니다"라고 응수하였다. 초나라 왕과 대신들의 치졸한 상대국 제압 전술이 안자의 재치 있는 화술로 인해 초나라를 금수의 나라로 만들고 초왕을 저질의 왕으로 전락시킨 순간이었다. 안자의 우회적이고도 순발력 있는 기지가 제나라의 위상을 한껏 고양시킨 외교술이 된 것이다.

한편 서양의 유머는 더욱 현란하고 다양하다. 고대 그리스 철인 디오게네스는 어느 날 성전에서 한 여신도가 엉덩이가 나오는 줄도 모르고 너무 열정적으로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 여인이여 신은 어느 곳에나 계시다는 데 만약 신이 당신의 뒤편에 계시면 당신을 음란한 신도로 오해하실까 걱정이요라고 말했다. 이는 진솔한 용기와 위트로서 광적인 기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교훈이다.

현대 서양 정치지도자로서는 링컨 대통령과 처칠 수상의 유머가 인구에 회자된다. 어느 날 링컨의 정적인 '스티븐 더글러스'가 청중 앞에서 "링컨은 두 얼굴을 가진 이중 인격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링컨이 여러분 판단에 맡깁니다. 만일 저에게 다른 얼굴이 있다면 이런 중요한 자리에 이 못 생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습니까?" 라고 대응했다. 청중의 폭소와 함께 상대진영을 초토화 시킨 링컨의 정치 일화다. 한편, 영국 하원의원 선거 때 처칠의 상대후보는 "처칠 같은 늦잠 꾸러기를 의회에 보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공격했다. 처칠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여러분도 나처럼 예쁜 부인과 산다면 아침에 결코 일찍 일어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응대했고, 연설장은 폭소가 터졌다. 위대한 지도자들은 이렇게 정적들의 공격을 부드럽고도 재미있는 유머로 받아넘겨 분위기를 일거에 반전시킨다. “운명과 유머는 함께 세계를 지배한다는 프랑스 철인 라 로슈프코의 명언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위의 몇가지 예에서 보듯이 품위 있고 재치 있는 유머와 위트는 우리를 성공의 길로 인도하는 무기인 동시에 지도자의 덕목이 될 수 있는 처세술로서의 의미도 크다 할 것이다. 처세술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유머의 기초는 예리한 관찰과 관용, 그리고 인문학적인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결코 저속하거나 악의적 이어서는 안 된다. 타인을 지나치게 폄하하거나 원색적인 자극도 곤란하다. 따라서 세련된 유머감각을 갖춘 처세술을 배양하려면 지적 소양을 닦고, 다양한 인물들과 접촉을 통해 부단히 인격을 수양해야 한다.

카네기는 "유머는 일을 유쾌하게, 교제를 명랑하게, 가정을 밝게 만든다." 라고 갈파했다. 우리 모두 동서양 고전이나 유머를 갖춘 지도자들을 통해 격조 높은 유머와 인간 처세술을 익혀 개인의 성공과 밝은 사회건설을 이룩해 나가기를 소망해 본다.


한형동 중국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약력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졸업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졸업(정치학 석사)

중국 중앙민족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경제학 박사과정)

중국 칭다오대학교 석좌교수

대한민국 주 홍콩영사관 영사

한중 문화협회 부회장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전문 칼럼리스트

충남 당진시 홍보대사

근정포장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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