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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8-28
  • 이병민 대한노인회 부천시 소사지회 경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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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전쟁에서 칼과 활 그리고 창을 가지고 싸우던 시절이 있었다. 

이병민 부장

이때의 전쟁에서 칼을 잘 휘두르는 군인이 많다고 해서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활과 창을 날렵하게 사용한다고 해서 꼭 승리하는 것도 아니었다. 용사들을 잘 먹여 힘을 내서 신바람 나게 싸우라고 음식을 잘 만드는 취사병도 있어야 했고, 말이 빨리 달릴 수 있도록 말 발굽을 잽싸게 바꿀 줄 아는 기술병도 필요했다. 이런 병사들이 조화를 이루어져야지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힘을 내라고 북을 치는 용사, 징, 꽹가리를 치는 용사도 필요했고 힘이 솟는 군가를 나팔로 불어대는 나팔수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했다. 

노인들을 상대로 상담을 할 때 많이 듣는 소리가 “이 나이에 가진 것도 없고 힘도 없는데 무슨 애국을 하고 무슨 봉사를 하겠는가? 그냥저냥 살다가 가는 거지” 

이런 어른들의 생활을 보면 말 속에는 희망이 없고 매사가 부정적이다. 웬만한 일은 모두 남 탓이고 세상 탓이다. 요즘에 평균 수명이 길어져 이렇게 20~30년을 더 산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른들에게 해드리는 이야기가 있다.

“어르신! 지금부터 정말로 나팔을 신나게 불 수 있는 나팔수가 되는 겁니다” 

치열한 경쟁의 사회에서 힘들고 지쳐 있는 자녀들에게 ”그래 얼마나 힘이 드니? 하지만 나는 네가 뭐든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네가 처음 내 곁에 왔을 때 나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너를 보면서 내가 큰 희망을 가지게 되었단다.“ 

“살면서 누구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걸림돌로 생각하지 말고 디딤돌로 여기고 새로 힘차게 다시 시작해보자. 네가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걸 나는 믿는다.”

공부에 지쳐 있는 손자, 손녀에게 곱게 접은 용돈을 손에 쥐어 주면서 “그래 공부하는데 힘들지? 이거 가지고 있다가 먹고 싶은 것 사서 먹으렴”이라고 말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인자한 모습에서 아이들에게는 작지만 큰 응원가가 되지 않겠는가? 

힘들어 하는 며느리의 어깨를 안아주며 “그래! 네가 우리 집에 들어오고 나서 우리 집안이 피기 시작했다는 걸 나는 안다! 조금 더 힘을 내보자!”

하루의 고된 일과를 보내고 지친 전철, 버스에서 만난 젊은이에게 자리를 선뜻 내어주며 “젊은이, 많이 힘들지! 여기 앉아서 가게, 나는 지금까지 앉아와서 괜찮다네!” 이게 나팔수의 역할이 아니라고 누가 반문하겠는가? 

몇 해 전에 몸이 불편하고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는 아파트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었다. 특별한 봉사는 아니었지만 그냥 집에서 먹는 김치며 밑반찬을 가지고 가서 나누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그냥 들어주고 같이 웃고 박수 쳐주는 일이었다. 당시 87세 되셨던 분이셨는데 엄청난 욕쟁이 할머니셨다. 살아온 세월에 한이 얼마나 많았던지 말의 접속사 빼고는 처음부터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내시던 어르신이었다. 동네 사람들이 이 어른을 모두 마주치지 않으려고 피해 다닐 정도였다. 2년여를 매주 방문하면서 언어를 교정해 드린 적이 있다. 누구를 만나든 하루에 열 사람 이상의 주변 사람들에게 “복 받게도 생겼다. 거 인물이 참 좋게도 생겼네, 행복하게 잘 살 인상이야!” 

처음에는 욕쟁이 할머니가 치매가 왔나 보다고 수근거리던 동네 사람들이 6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이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할머니가 지나가시면 경비 아저씨가 거수경례를 하기에 이르렀다. 할머니의 주머니에는 늘 몇 개의 사탕이 들어 있었다. 아무 것도 가진 것 없는 이 할머니가 나팔수의 역할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나팔수로 산다는 것 특별한 게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솔된 말로, 늘 긍정적인 말로 늘 희망을 말 하는 것 그것이 필자가 주장하는 나팔수다. 

몇 해 전 최연순 할머니가 소천하셨다는 말을 복지관 사회복지사로부터 들었다. 우리들에게 삶의 귀감이 되어주시는 104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은 '100세를 살아보니'라는 책에서 “내 인생에서 제일 일을 많이 했고 행복했던 시절이 60세 넘어서 75세까지 였다”고 했다. 그리고 이때 의미 있는 일을 가장 많이 하셨다고 했다. 

외국 속담에 '노인 한 분을 잃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Active Senier(활동적인 어르신)들의 경험과 지혜는 가정과 사회, 국가를 이끌어 나가는 소중한 제 3의 자원이다. 

머지않아 노인 인구 1,000만 명의 시대가 도래한다. 우리 스스로가 나팔수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애국이고 지역사회, 가정에서의 봉사고 꼭 해야 할 일이다.

“자! 지금부터는 우리가 나팔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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