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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2-06-09
  • 이신행 대한노인회 부천시 소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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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에게 있어 자원봉사는 후반기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함이지 결코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자원봉사는 시간을 내서 일부러 하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이 넘게 한 달도 쉼 없이 봉사활동에 참여하다 보니 나에게 있어 “사랑으로 피는 꽃” 봉사단에서의 활동은 봉사라기 보다는 행복을 불러오는 마중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신행 대한노인회 부천시 소사지회장

2011년에 소사지회 “사랑으로 피는 꽃” 봉사단의 회원으로 가입하고 나서 내 기억으로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 봉사활동은 그 자체가 행복이었기 때문이었다.

60대 후반까지 나는 자녀들 양육이며 사회생활이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사회봉사활동이란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고 살았던 것이 솔직한 나의 마음이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솔직히 무엇이 행복인지도 몰랐다. 

 “사랑으로 피는 꽃” 봉사단의 활동은 부천 소사지역에 사는 생활이 어렵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이 몸이 아파 거동하기 힘든 노인들을 대상자로 선발하여 10년 동안 매달 생필품과 말벗 상담을 진행해온 경로당 회원들로 구성된 봉사클럽이다. 

그동안 봉사활동을 하면서 확실하게 느낀 것이 있다. 봉사를 받는 사람보다 봉사를 하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봉사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일단 얼굴 표정이 달랐다. 그들의 표정에는 왠지 온화함과 편안함의 여유가 묻어 난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타인의 삶속에 들어가 자신의 삶 이외에 또 하나의 삶을 덤으로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10년 동안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대상자를 위해 같이 봉사하던 회원 중에 우리 곁을 떠난 회원들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행복이 넘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아마 내 가슴속에서 그 분들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만 같다. 

회원들은 모두가 일선에서 은퇴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분들이 아니었다. 그 분들은 자비를 들여서 봉사한다는 작은 자부심이었지만 스스로 행복해 했다. 어떤 회원은 봉사단에서 준비한 생필품이나 반찬이 적을 경우 봉사하는 당일 주머니를 털어 전달할 물품을 더 준비하면서 정말로 좋아했던 모습, 생신 잔치를 해 드리면서 대상자들과 같이 노래를 하다가 스스로 감동해서 뒤돌아 눈물을 훔치던 봉사자의 어린아이 같은 모습, 흥겨운 창을 부르던 모습에 흥에 겨워“덩실 덩실” 춤을 추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를 연호하시던 외로웠던 노인들이 지금은 우리 곁을 많이 떠나가셨다.

내가 그동안 보살펴드린 노인은 세분이시다. 그 중 임인순 할머니는 올해 100세가 되셨다. 10년 동안 거의 혼자 집에서만 생활하시는 분이지만 내가 오기를 무척이나 기다리신다. 어느 때부터 인가 호칭을 누님으로 바꾼 분이다. 

준비한 물건들을 가지고 갈 때마다 “나는 지금까지 많이 받았으니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주라”고 늘 말씀하시는 분인데 나도 80이 넘은 나인데도 그 어른 앞에 가면 언제나 정겨운 마음이 생긴다. 어떤 때는 혼자 그냥 찾아 가기도 한다.

내가 부천에서 경로당 회원으로 활동하기 전에 대장암으로 큰 수술을 받게 되는 암울한 시절이 있었다, 정말로 고통스럽고 힘든 시기에 나는 혼자 결심을 한 적이 있었다. 내가 만약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문을 나서게 된다면 나는 죽기 전에 1,000명에게 밥을 사겠다고 혼자 약속한 적이 있다. 

그 이후 나는 하늘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게 되었고 1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이지만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나중에 자녀들에게 이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고 이야기했었는데 지금까지 자녀들이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어주고 있다. 참 고마운 일이다.

몇 년 전 부터 나에게는 한 주 동안 점심을 같이하고 들어줄 이야기,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설계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런데 요즘 이상한 일이 생겼다. 

내가 밥을 사겠다고 전화하는 사람보다 나에게 밥 사겠다고 전화를 하시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겼다. 나는 이래 저래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1년 전 나는 부천시 소사지회의 지회장이 되었다. 지금도 변함없이 봉사단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년의 아름다움은 용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부와 명예도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흐트럼 없는 생활 자세와 초월에서 오는 여유로움, 그리고 당당함이 내가 가야 할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는 해의 낙조는 일출 만큼이나 눈부시지는 않다. 하지만 아름다움으로 치면 일출을 능가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다. 

2022년에는 “사랑으로 피는 꽃”이 새 단장을 했다. 봉사단의 이름도 “무지개 봉사단”으로 바꾸었다. 더 발전되고 행복한 봉사단을 만들기 위해서는 봉사자가 다양하고 젊은 회원들이 필요하고 더 많은 봉사자와 대상자가 행복을 공유하고자 함이다. 

나에게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준 봉사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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